공지사항

중고차 시장, 좀 맑아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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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령 기자, 입력 : 2016.09.04 20:00 | 수정 : 2016.09.05 13:19


신뢰도 낮아 외면받던 시장… 대기업 이어 금융권·벤처까지 진출
정비사가 친구처럼 구매 동행, 사고 점검하고 가격 협상
금융사·렌터카 업체도 가세, 허위매물 걸러내고 시세 분석

/조선DB

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의 한 중고차 매장. 하루 전 이 매장에서 2014년식 싼타페를 2600만원에 계약한 김모(45)씨는 차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 남자와 동행했다. 이 남자는 트렁크와 보닛 안쪽에 진흙이 묻은 흔적을 찾아냈다. 침수 피해가 있다는 증거다. 또 준비해 간 도막측정기로 차를 살펴본 뒤 새로 도색한 사실도 알아냈다. 대형 사고가 났던 흔적이다. 보험개발원 사이트에서 차량 이용 내역을 조회, 렌터카로 쓰였던 기록까지 확인됐다.

이 모든 게 중고 매매 업체가 김씨와 계약 당시엔 숨겼던 사실들이다. 김씨는 잔금 지불을 중단한 뒤 이 업체에 계약금 환불을 요구했다. 김씨는 "하마터면 대형 사고가 난 차량을 비싼 값에 살 뻔했다"고 말했다. 김씨와 동행했던 남자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하는 벤처 기업 소속의 정비사다. 정비사는 중고차를 인도받으러 갈 때 동행해 최종 점검을 해주고 8만~12만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중고차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매매자 간의 신뢰가 낮아 '레몬마켓'(Lemon market·싸구려 저급품만 취급되는 시장)이라 불리던 국내 중고차 시장에 벤처 기업들은 물론 대기업, 금융사에 이어 수입차 업체까지 속속 진출하고 있다. 현재 연간 350만대에 불과한 국내 중고차 시장의 향후 성장성에 기대를 걸고 고객에게 믿을 만한 중고차 정보 제공을 내세워 앞다퉈 나서고 있는 것이다. 레몬마켓은 판매자보다 제품에 대한 정보가 적은 소비자들이 속고 살 가능성을 우려해 싼값만 지불하려 하고, 이 때문에 실제로 저급품만 유통되는 시장을 말한다. 미 속어로 '레몬'은 겉은 번듯한데 시큼하고 맛없다는 뜻이다.

◇금융권, 렌터카 업체, 수입차 업체까지 앞다퉈 진출

인터넷 쇼핑몰 옥션도 지난 7월 중고차 구매 동행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전문가가 구매 현장에 고객과 함께 가서 차량 상태를 살피는 것뿐 아니라 중고차 시세를 기반으로 가격 협상도 대신 해준다. 남원태 옥션 자동차팀 차장은 "특히 여성 고객들의 서비스 이용 비중이 높다"고 했다.

여기에 자체적으로 대량의 중고차 매물을 확보하고 있는 렌터카 업체들도 중고차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국내 2위 렌터카 업체인 AJ렌터카는 이달부터는 예약한 차량이 방문 매장에 없거나 차량 정보가 다를 경우에는 고객에게 무조건 10만원을 보상해주는 서비스도 내놨다. 롯데렌터카는 경기도 안성의 자체 중고차 경매장에서 중고차도 팔고 있다. 자사 렌터카로 쓰던 차량을 팔기 위해 운영하던 경매 시스템을 그대로 중고차 판매로 연결한 것이다.

수입차 업체들도 자사 중고차를 인증해주는 방식으로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벤츠의 경우 자사 무사고 차량에 178가지 항목을 점검해 재판매한다. 제조사가 품질을 인증한 중고차라는 점에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금융사들도 중고차 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KB금융그룹 산하의 KB캐피탈은 지난 6월 중고차 거래 서비스인 'KB차차차'를 내놓았다. KB국민은행의 부동산 시세 분석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고차의 주행 거리, 사고 경력 등을 입력해 비교적 정확한 중고차 시세를 분석해서 제공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2월 빅데이터 분석 기관, 중고차 컨설팅 전문 기관과 협약을 맺고 '신한 중고차 서비스'를 내놨다. 중고차 중개상이 판매를 위해 국토부에 '상품 등록 신고'를 한 차량에 대해 가격 산정과 함께 허위 매물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중개상 못 믿어 도로 직거래 서비스 찾기도

직거래의 어려움과 위험성을 덜기 위해 생겨난 중고차 중개상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다시 직거래의 강점을 내세운 서비스도 생겨나고 있다. 중고차 스타트업(초기 기업)인 라이노브파트너즈는 지난 6월 중고차 직거래 플랫폼인 '꿀카'를 내놓았다. 중개상이 개입할 여지를 없앤 대신 꿀카의 점검 기능사들이 총 182개 항목에 대한 점검을 통해 중고차의 가격을 선정해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시장에서 피해를 입어도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아이디어나 금융·렌터카 운영 등의 노하우를 내세운 업체들이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기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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